한국, 걸프 6개국과 FTA 협상 타결…신중동붐 확산 기반 마련

주력 수출품목 관세 상당수 철폐…한국산 자동차 가격경쟁력 제고 기대

우리나라가 걸프협력이사회(GCC)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 사우디를 포함해 GCC 6개국과의 FTA 체결로 신중동붐 확산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과 함께 중동·아프리카 진출 확대 토대를 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서울에서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GCC 사무총장과의 한-GCC 장관회담을 계기로 한-GCC FTA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이를 확인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GCC FT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5번째 FTA(협상 타결 기준)이며 아랍권 국가와는 지난 10월 타결된 한-아랍에미리트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이어 두 번째로 타결한 FTA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걸프협력이사회(GCC) 사무총장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공동선언문 서명 을 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걸프협력이사회(Gulf Cooperation Council)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6개국으로 구성된 관세동맹 형태의 경제협력체로 싱가포르 및 EFTA와는 FTA를 체결했으며 현재 영국, 중국, 일본 등과 FTA 협상을 진행 중이나 EU, 호주, 인도, 터키 등과의 FTA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이번 한-GCC FTA 협상 타결은 우리나라가 거대 GCC 시장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진출하면서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GCC FTA 협상은 2008년에 제1차 공식협상을 개최했으나, 2010년 GCC 측이 FTA 정책 재검토를 이유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EU, 일본, 중국, 호주 등과 진행 중이던 모든 FTA 협상을 중단하면서 한-GCC FTA 협상도 10년 이상 중단됐다가 지난해 협상의 문을 다시 열었다.


올해 우리나라와 GCC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을 잇달아 개최하면서 한-GCC FTA 협상의 조속한 타결 필요성에 대한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2차례 공식협상과 다수의 회기간회의 및 수석대표회의를 집중적으로 개최한 결과로 이날 타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GCC 6개국과 우리나라 간 교역규모는 지난해 기준 1026억 달러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GCC로부터 주로 원유, LNG, 알루미늄을 포함한 에너지·자원 관련 품목을 주로 수입하며, 자동차·부품, 기계류를 포함한 제조물품과 무기류를 수출하는 교역 구조를 보이고 있다.


GCC 6개국 모두 자국 제조업 육성을 포함해 비석유 분야 산업기반 구축에 적극적이며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예정돼 있다.


향후 의료기기·화장품, 농축수산물을 포함해 GCC로의 수출품목이 다변화되는 데 있어 한-GCC FTA가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GCC FTA를 통해 GCC 주요국의 영화·비디오 배급 서비스, 의료 및 치의료 서비스 등을 개방해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K-콘텐츠 및 한류 확산이 가속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아울러, GCC 현지에서 수집한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허용하고 전자상거래를 촉진하는 규범을 포함한 디지털 통상규범 합의로 디지털을 활용한 우리 제품과 기업의 GCC 진출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그동안 GCC 진출 우리 기업의 주요한 애로사항으로 제기돼 왔던 업무 목적의 입국 및 체류 조건을 완화해 GCC에서 우리 기업 활동이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통상규범 측면에서는 저작권·상표·디자인 등을 아우르는 지식재산권 규범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GCC 역내에서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한류 열풍에 따른 K-콘텐츠와 제품의 불법 유통 또는 상품 도용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구제장치를 확보해 중동 지역에서의 K-콘텐츠 및 제품의 안정적 확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GCC FTA는 별도의 경제협력 챕터를 통해 에너지·자원, 기업방문, ICT, 과학기술, 보건산업, 농·임·수산업, 건설 인프라, 바이오경제, 스마트팜, 시청각서비스, 항공서비스, 첨단산업 등 12개 분야를 중심으로 혁신적이고 포괄적인 경제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이 가운데 에너지·자원, 바이오경제, 첨단산업, 스마트팜, 보건산업, 시청각서비스 등 6개 협력 분야는 개별 부속서를 채택해 세부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포함하고 있어 해당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GCC 국가 간 실질 협력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한-GCC FTA 협상 타결 선언 이후 법률 검토 및 협정문 국문 번역 등을 거쳐 내년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하고, 이후 경제적 영향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등 각국의 국내 절차를 거쳐 이른 시기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한-GCC FTA를 기반으로 GCC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GCC 인접 중동국가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 FTA 체결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2022년 한·GCC 품목별 교역현황(백만불), MTI 4단위.(출처=산자부 보도자료)

 

◆ 시장개방


한-GCC FTA를 통해 상품은 전체 품목 중 우리나라는 89.9%, GCC는 80.5%에 적용되는 관세를 20년 내 철폐하거나 감축하기로 했다.


우선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자동차 부품, 기계류(밸브, 증기터빈 등) 및 화학제품(합성수지, 정밀화학 등)의 관세가 상당수 철폐된다.


일부 승용차·화물차 등의 관세 철폐로 한국산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 제고가 기대되며, 내연차 및 전기차용 핵심 부품의 관세가 철폐됨으로써 우리 기업의 현지 조립·생산을 위한 투자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기류의 경우 대부분 품목의 관세가 철폐돼 그동안 방위산업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온 중동 시장에 대한 무기 수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의료기기·화장품 등 수출유망품목과 쇠고기·참깨·조미김·어묵 등 주요 농축수산물 분야에서 GCC측 관세가 철폐되어 대 중동 식품 교역의 지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GCC의 주력 생산품인 천연가스, 일부 석유제품 등은 우리측 수입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나프타는 관세를 50% 감축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생산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했다.


GCC측 농산품의 경우 국내 생산이 없는 대추야자, 홍차 등 품목 위주로 개방함으로써 국내 관련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아울러, GCC측은 현재 대부분 품목에 5% 저율관세를 부과 중인데, 양허에서 제외된 품목이라도 향후 관세인상 없이 현 수준으로 관세를 유지하기로 합의해 교역의 불확실성을 해소했으며, 수출제한 시 사전통보·협의하도록 해 공급망 교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서비스 시장의 경우, GCC측은 영화·비디오 배급 서비스, 의료 및 치의료 서비스 등에서 기존 WTO 서비스 협정 대비 높은 수준으로 개방했다.


우선, 영화 배급 서비스 개방으로 현지에서 한국 영화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K-콘텐츠 및 한류 확산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현지 병·의원급 기관의 설치·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한국 의료기관의 중동 진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GCC 진출 기업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였던 업무 목적 입국 및 체류 조건도 완화했다. 업무 목적 방문자의 경우 체류 기간 및 갱신 등 조건에서 GATS 대비 개선된 양허를 통해 기업 활동에 편의를 도모했다.


정부조달의 경우 UAE, 바레인과 조달 시장 상호 개방에 합의했다. 조달 계약 추진 때 원칙적으로 공개입찰하고, 국내외 업체를 차별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UAE와는 한-UAE CEPA보다 적용 대상 조달 규모의 하한선을 더 낮게 합의하며 실질적인 시장개방 범위를 확대했고, 바레인 정부나 공공기관 대상 건설서비스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의 접근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 협정문


자동차 부품, 기계 등 주요 공산품을 비롯해 우리측 경쟁력이 높은 주요 수출품은 해외산 재료나 부품을 활용해 제조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해 역외산 재료 활용이 가능하도록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도록 합의했다.


한편, 육류나 낙농품 등 동물성 생산품과 주요 농축수산물은 국내 업계의 민감성을 고려해 역내산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만 원산지로 인정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설정했다.


조미김, 홍삼 등 가공 농수산식품의 경우에도 핵심 원재료는 국산을 사용하도록 하여 국내 생산 기반과 연계를 강화했다.


한편 디지털 제품에 대한 내국민 대우, 국경 간 정보 이전 허용 등을 도입함으로써 한국영화를 필두로 한 콘텐츠 수출여건을 개선했다.


나아가, GCC가 체결한 FTA 최초로 중소·스타트업, AI 등 신기술 분야의 구체적인 협력 요소를 규정해 양측 간 디지털 협력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미등록 디자인 보호 노력, 온라인상의 반복적인 이뤄지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대응 규정 등을 마련해 K-콘텐츠, 드라마 등 한류 확산을 가속화하도록 했다.


◆ 경제협력


이번 타결된 한-GCC FTA에는 그동안의 FTA에 비해 대폭 강화된 구체적인 경제협력 관련 내용이 6개의 개별 부속서를 통해 규정됐다.


우선 GCC가 체결한 FTA 최초로 ‘에너지·자원’ 및 ‘바이오경제’에 관한 부속서를 채택했다.


‘에너지·자원’ 부속서는 대체·신재생에너지 협력 및 공급 안정화 등을 포함하고 있고, ‘바이오경제’ 부속서에는 공급망 협력 강화, 인력교류, 공동연구 등의 협력에 관해 규정돼 있다. 6개 부속서는 우리나라와 GCC의 상호 관심 분야로서 미래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채택됐다.


그동안 각 기관·부처별 개별적·산발적으로 체결됐던 협력 양해각서(MOU)에서 나아가 정부 간 조약에 포함됨으로써 그 실효성이 대폭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지난 10월 아랍에미리트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타결하고 잇달아 이번 GCC와의 FTA 타결로 신중동붐 확산의 주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우리나라와 중동 간 협력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부터 GCC 6개국과의 교역·투자 확대와 함께 GCC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중동 전역과 인접해 있는 아프리카 권역까지 산업 및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협력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통상과 산업·에너지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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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