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800억원 건보 재정 투입 천문학적 비용에 병원 '벼랑 끝'사회적 비용 막심


[kbn연합방송=배용완 기자]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는 등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상진료체계 지원을 위해 18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지원이 지난 3월부터 매달 시행되고 있다. 3월부터 5월까지 약 5000억원이 투입됐으며 6월 이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현재 이달 말로 예정돼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여기에 정부는 3월에 예비비 1285억원도 편성했다. 이 돈을 합치면 전공의 이탈로 인한 공백을 막기 위해 국고·건보를 통해 7000억원 이상이 쓰이는 셈이다.

정부는 이 돈을 활용해 의료 인력의 야간·비상 당직 인건비, 전공의 공백에 대처하기 위한 의료 인력 채용, 중증도에 따른 환자 회송, 구급차 이용료,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및 군의관 파견 등으로 쓰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3~4월 의료 수입이 급감한 병원을 대상으로 7월까지 건강보험을 선지급해주는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오는 20일부터 신청 접수를 받는다.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전공의 이탈로 인해 막대한 규모의 건강보험료와 국고가 투입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무상의료운동본부에 따르면 500병상 규모의 소위 '괜찮은 종합병원' 수준의 공공병원 1개를 짓는데 약 2500억원이 필요하다. 종합병원급의 공공병원 3~4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 비상진료체계에 쓰이는 것이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건강보험료는 세금이 아니라 우리가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쓰려고 모아놓은 보험료인데, 지금 우리는 병원도 못 가는 상황에서 월급이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의사들의 파업 때문에 써야 한다는 건 굉장히 부당하다"고 말했다.



전공의와 의사를 제외한 다른 직종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각 병원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무급휴가 또는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5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은 이미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무급 휴가 등에 나섰고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경희의료원은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희망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4일 결의대회를 열고 "병원은 앞다퉈 비상경영체계를 선언하고 병동을 통폐합하거나 무급 휴가, 강제 연차를 강요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은영 경희의료원지부장은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무급휴직, 병동 폐쇄 등 각종 방법으로 감내해 가고 있다"고 했다.

환자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총 720건의 피해신고서가 접수됐는데 수술 지연이 451건, 진료 차질이 140건, 진료 거절이 94건, 입원 지연이 35건 있었다. 정부가 법률 상담을 지원한 건수도 300건에 달한다.


사회적 갈등과 피해가 심화되자 서울고법은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판결 전까지 의대 증원 절차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의료 대란이 장기화되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지출이 계속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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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