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인천해양박물관, 11월 ‘이달의 해양유물’...'표류인 문순득 일기' 선정

조선의 홍어 상인 문순득, 바다 너머의 세상을 보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11월의 해양유물로 『표류인 문순득 일기(漂流人文順得日記)』를 선정했다. 


문순득은 조선 후기 섬과 육지를 오가며 물품을 팔던 우이도 출신의 상인으로, 1801년 12월 홍어를 사러 배를 타고 흑산도에 갔다가 풍랑을 만나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인 류큐에 표류했다.


그는 당시의 표류인 송환 제도에 따라 조선으로 귀환하려 중국으로 가다가, 이 과정에서 다시 필리핀에 표류했다. 이후 필리핀에서 상선을 타고 마카오로 이동했으며 북경을 거쳐 약 3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표류인 문순득 일기』에는 문순득의 표류 과정을 비롯해 각 나라의 생활상, 문화, 선박 등의 다양한 내용과 그가 배운 류큐어와 필리핀어의 단어 표가 수록돼 있다.


이 책은 흑산도에 유배 중이던 정약전(丁若銓)이 문순득의 구술을 토대로 정리한 『표해시말(漂海始末)』과 유사하다. 그동안 『표해시말』은 이강회(李綱會)가 『유암총서(柳菴叢書)』에 필사한 것만이 현존하는 유일한 기록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의 소장본을 통해 또 다른 기록의 존재가 확인됐다.


문순득의 이야기는 실학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줘다. 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정약용(丁若鏞)은 『경세유표(經世遺表)』에서 화폐제도의 개혁을 주장했고, 이강회는 유럽과 조선의 선박을 비교해 『운곡선설(雲谷船説)』을 저술했다.


또한, 동아시아를 넘어 서양 문화까지 접한 문순득은 상인의 시각으로 낯선 문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폭넓게 관찰했다. 그의 특별한 경험은 바다 건너의 세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당시 조선 사회에 경제·군사·문화 교류 등에 있어서 해양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우동식 국립인천해양박물관장은 “19세기에 바다를 통해 조선을 넘어선 세계의 문물을 경험한 표류인 문순득의 일기는 올해 12월에 개관하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의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국민 여러분의 해양에 대한 많은 관심과 소중한 유물 기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수도권 유일의 해양박물관으로서 해양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고자 해양 관련 역사, 문화, 산업 등의 유물을 수집하고 기증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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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국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