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치아가 평소보다 길어 보인다면, 혹은 찬물 한 모금에 소스라치게 이가 시리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잇몸이 아래로 밀려 내려가는 ‘잇몸 퇴축’이 보내는 강력한 경고 신호다. 많은 이들이 이를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미적인 문제로 치부하지만, 실상은 치아 상실로 이어지는 구강 건강 붕괴의 서막이다.

문제는 통증에서 그치지 않는다. 노출된 부위는 세균이 번식하기 최적의 조건이 되어 충치와 치주염을 가속화한다. 증상이 악화되면 치아를 지탱하는 뼈인 치조골까지 파괴된다. 결국 멀쩡해 보이던 치아가 흔들리다 빠지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잇몸 퇴축은 한 번 진행되면 자연적인 회복이 불가능에 가깝기에 ‘조기 발견’과 ‘차단’이 유일한 답이다.
잇몸을 무너뜨리는 주범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1. 세균성 염증의 역습,플라그와 치석이 쌓여 생긴 치주염은 잇몸 조직을 파괴하고 치조골을 녹인다.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소홀히 할수록 파괴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
2. 잘못된 습관의 축적,건강을 위한 양치질이 독이 될 수 있다. 단단한 칫솔모로 좌우로 세게 문지르는 ‘횡마법’ 양치질은 잇몸선을 직접적으로 깎아낸다. 이갈이나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 역시 잇몸에 비정상적인 압력을 가해 퇴축을 앞당긴다.
3. 생활 환경과 영양 불균형,흡연은 잇몸 혈류를 방해해 산소 공급과 염증 회복 능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비타민 C나 오메가3 지방산의 부족은 잇몸 조직의 콜라겐 합성을 방해해 조직을 약화시킨다.
이미 진행된 퇴축은 전문의를 찾아 치은이식술이나 치주재생술 등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더 이상의 악화를 막는 것은 일상의 몫이다.
▲ 양치질의 패러다임 전환:부드러운 칫솔모를 선택하고, 위아래 세로 방향으로 쓸어내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칫솔질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므로 치실과 치간칫솔을 병행해 세균의 은신처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 영양의 전략적 섭취:잇몸 탄력을 돕는 비타민 C,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코엔자임Q10과 오메가3, 그리고 치조골 밀도를 유지하는 비타민 D와 아연은 잇몸 건강을 지탱하는 중요한 보조제다.
건물은 기초가 튼튼해야 무너지지 않듯, 치아 건강의 핵심은 치아 자체가 아니라 이를 받쳐주는 잇몸에 있다. 6개월마다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받고 나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 내 치아를 평생 쓰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다.
잇몸이 보내는 ‘길어진 치아’라는 신호를 외면하지 마라. 기초가 무너진 뒤에는 회복할 방법이 없다. 지금이 당신의 잇몸을 지킬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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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숙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