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심의·의결…‘피해학생’ 동의해야 기록 삭제
학교폭력 가해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남은 학교폭력 조치 기록이 졸업 이후에도 최대 4년간 보존된다.
학생부에 기록된 조치사항은 대입 정시전형에도 반영되며, 조치 기록을 삭제하려면 반드시 ‘피해학생’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1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9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개최해 이와 같은 내용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대책에서는 피해학생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해 가·피해학생 즉시분리 기간을 3일에서 7일로 연장하고, 학교장이 가해학생에 대한 긴급조치로서 학급교체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한다.
또한 피해학생에게 가해학생 분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 가해학생이 심판·소송 등 불복절차를 진행하더라도 2차 피해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학교장의 즉시분리 제도를 개선한다.
사안발생시 가해학생에 피해학생·신고자에 대한 접촉 금지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가중 조치하도록 해 2차 가해도 차단한다.
정부는 2012년 학교폭력 근절 대책이 수립된 이후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등 사소한 괴롭힘도 엄정 대응하는 무관용 원칙을 정립했다.
그러나 그 이후 보존기간이 점차 완화되어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되고 피해학생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017년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 학교폭력 발생건수는 2017년부터 3만 건, 2019년부터 4만 건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고 2022년에는 6만 건을 상회했다.
학교 전담기구의 사안조사와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가 소요되는 7주 동안 현행 보호제도로는 가·피해학생을 완전히 분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정부는 이런 실정을 고려해 ▲일방·지속적인 학교폭력에는 무관용 원칙 ▲학교폭력 피해학생 중심의 보호조치 강화 ▲현장의 학교폭력 대응력 제고 및 인성교육 강화라는 3가지 추진 방향을 마련했다.
◆ 중대한 학교폭력 엄정 대처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엄정한 조치를 내려 모든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에는 반드시 불이익이 따른다’는 인식을 확립한다.
이를 위해 중대한 학교폭력을 일으킨 가해학생에게 내려지는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의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을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 ‘학교폭력 때 대학 입학뿐만 아니라 졸업 때까지도 불이익을 받는다’는 경각심을 강화한다.
학교폭력 조치사항 기록 보존기간 변경(안)
현재 보존기간이 만료되지 않아도 졸업 직전 심의를 통해 삭제할 수 있는 사회봉사(4호), 특별교육(5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조치의 심의요건도 강화한다.
심의 때에 ‘피해학생 동의 확인서’, ‘가·피해학생 간 소송진행 상황’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해 행정심판과 소송 남발을 예방하고 가해학생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유도한다.
또한 가해학생이 반성하지 않고 조치사항 기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자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심의위원회가 조치를 결정하기 전에는 자퇴할 수 없도록 한다.
추후 심의위원회에서 전학(8호) 조치사항을 결정하면 신속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매뉴얼도 보완한다.
특히 학교폭력 조치사항은 가해자의 대학 진학시에도 반영을 확대한다.
학생부 교과·학생부 종합 등 학생부 위주 전형뿐만 아니라 수능, 논술, 실기·실적 위주 전형에서도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평가에 반영하며 구체적인 반영방식이나 기준 등은 대학별로 결정해 사전 예고할 예정이다.
다만 2025학년도 대입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전형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2026학년도부터는 학교폭력 조치사항의 대입 필수 반영 내용을 ‘2026학년도 대입전형기본사항’에 포함해 수립·공표해 전체 대학이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대입에 필수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 피해학생에 대한 빈틈없는 보호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장은 가·피해학생을 즉시분리하는데, 현행 3일로는 휴일이 포함된 경우 실효성이 낮아 기간을 7일 이내로 연장한다.
분리 이후에도 학교장이 피해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할 수 있는 ‘가해학생 대상 긴급조치’에 학급교체(7호)를 추가하며, 출석정지도 심의위원회의 심의 결정 때까지 가능하도록 한다.
피해학생에게 가해학생과의 분리요청권을 부여해 피해학생이 요청하면 학교장이 학교전담기구의 판단 아래 ‘긴급조치’로서 ‘출석정지(6호) 또는 학급교체(7호)’를 할 수 있도록 학교의 피해학생 보호를 강화한다.
학교폭력 발생시 보호체계 강화
가해학생이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조치가 지연된 경우, 피해학생의 2차 피해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가해학생의 불복사실’과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참가’가 가능하다는 점을 피해학생에게 통지해 진술권을 보장한다.
이 경우 집행정지로 조치가 보류된다고 하더라도 피해학생이 가해학생 분리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피해학생을 가해학생과 분리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이 필요한 서비스를 밀착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피해학생 전담지원관’ 제도를 새롭게 도입해 학교폭력 사안 발생 초기부터 피해학생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심리상담·의료·법률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위(Wee)센터, 상담·심리지원기관, 병·의원 등 피해학생 전문지원기관을 내년 400곳으로 확대해 피해학생의 접근성도 높인다.
또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스마일센터, 복지·정신건강 관련기관 등을 연계해 피해학생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유형별 치유·보호기관을 주기적으로 안내한다.
피해학생에 대한 법률서비스도 제공해 법무부의 마을변호사 제도를 통해 지원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학생이 행정심판에 참가하게 된 경우에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한다.
◆ 교권 강화를 통한 단위학교 대응력 제고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학교폭력 사안에 대응할 수 있도록 17개 시도교육청에 ‘(가칭)학교폭력예방·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해 학교 현장의 사안 처리, 가·피해학생 간 관계회복, 법률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교육(지원)청 통합지원체제 체계도
특히 학교전담경찰관(SPO) 등으로 구성된 ‘사안처리 컨설팅 지원단’을 운영해 학교 전담기구의 사안처리 과정을 지원한다.
퇴직교원, 퇴직경찰, 전문상담교원 등으로 피해회복·관계개선 지원단을 구성해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학교를 지원한다.
또한 학교장 자체해결 범위를 확대해 경미한 사안에 대한 교육적 해결을 강화할 방침이다.
학교와 학생·학부모가 학교폭력의 정의·유형, 조치사항(9개), 학교장 긴급조치 등 학교폭력예방법의 내용과 책임을 확인하는 ‘학교폭력 책임계약’을 맺고 교원단체 및 민간단체와 함께 학교폭력 근절을 실천하는 학교문화를 확산한다.
학교가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우선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방해하면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교원이 학교폭력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고의가 아니거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은 면제한다.
교원치유지원센터를 통해 법률상담을 제공하고 배상책임보험을 보장해 교권을 보호하고,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수업 경감 기준도 마련한다.
◆ 학교의 근본적 변화 유도·견인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학생 사회·정서 교육을 지원하고 체육·예술 교육을 확대한다.
이에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학교와 늘봄학교 중에서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 심리 안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025년에 전국으로 확산해 나간다.
학교스포츠클럽 운영도 대폭 확대하고 학생 예술동아리 지원도 확대해 학생들의 공동체 역량과 감성을 높여 나간다.
또한 사이버폭력 예방프로그램인 ‘사이버스’를 현장에 확대하고, 범부처 실무협의체 운영을 통해 교육자료 다양화 및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 사이버폭력 인식 개선을 유도한다.
SNS 등으로 사이버폭력을 감지하는 어울림앱(교육부), 사이버 아웃리치(여가부), 스마트 안심드림(방통위), 솔로봇(여가부) 등을 홍보하고 학생들의 활용도를 높여 피해 의심 학생을 조기에 감지한다.
사이버학교폭력 조기감지 서비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동안 학교폭력에 대한 안이한 온정주의로 인해 피해학생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무너진 교권도 강화해 학교폭력을 근절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학교폭력이야말로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범정부적으로 전사회적인 협력을 통해 반드시 근절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폭력 없는 정의로운 학교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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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