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희 작가 개인전 ‘STILL UNSTILL’ 11월 3일~15일 인천 전시공간 부연에서 개최
인간의 강박과 이중성을 탐구하는 동시대 바니타스 정물화

인천에 있는 전시공간 부연은 오는 11월 3일부터 15일까지 임선희 작가의 개인전 ‘STILL UNSTILL’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강박과 이중성을 바니타스 정물화의 형식을 통해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임선희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회화·판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서양화 전공으로 조형예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회화와 미디어를 아우르는 실험적 접근을 통해 현대 사회 속 인간의 내면과 존재를 탐구해 온 그는 지금까지 14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일민미술관 등 국내 주요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또한 한국현대판화공모전과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입상 및 선정됐고, 국립창작스튜디오(창동레지던시)와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현재는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임선희 작가는 2015년부터 회화의 형식적 완성도와 주제적 깊이를 병행해 탐구해 왔으며, 이번 전시는 그 여정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팬데믹 이후 사회적 고립과 불확실성 속에서 작가는 인간 존재의 내면적 모순, 즉 욕망과 불안,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의 긴장을 섬세하게 시각화한다.
바니타스 정물화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죽음과 허무,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던 장르다. 임선희 작가는 이 고전적 형식을 동시대적 언어로 전환시켜 화려하지만 깨지기 쉬운 도자기, 시들기 직전의 꽃, 부패를 앞둔 과일 등 일상의 오브제를 통해 ‘동시대인의 강박적 욕망’을 드러낸다.
특히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제시된 ‘키치(kitsch)’ 개념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인간이 고통·모순·추함을 지워버리고 감상적 아름다움만을 소비하는 태도를 비판적으로 탐색한다.
쿤데라가 말한 ‘키치는 존재로부터 똥을 제거하는 절대적 부정’이라는 구절처럼 작가는 인간이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삭제한 채 ‘완벽하게 편집된 삶’을 추구하는 동시대 사회의 이면을 마주하게 한다. 작품은 SNS와 미디어가 만들어낸 ‘필터된 현실’을 은유적으로 제시하며, 인간이 감정의 진폭을 잃어버린 시대에 예술이 다시 복잡한 진실을 직면하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시리즈의 대표작 ‘Still Unstill’은 쿤데라의 철학적 개념을 회화적으로 구현한 연작이다. 예를 들어 작품에 등장하는 ‘도자기’는 인간의 연약함, ‘꽃’은 덧없음과 순간의 아름다움, ‘과일’은 풍요와 동시에 부패를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들이 한 화면에서 공존하며 긴장과 조화를 이루는 순간, 작가는 인간 내면의 모순을 미학적 균형으로 전환시킨다.
결국 ‘STILL UNSTILL’전은 정지된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흔들리는 정물들을 통해 완벽함의 환상 속에 숨겨진 결핍과 진실을 드러내며, 불안과 강박의 시대 속에서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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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국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