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빨라질수록, 사람들은 느린 시계를 찼다

- 바른북스 ‘두 개의 시계, 두 개의 시간’ 출간

출판사 바른북스가 ‘두 개의 시계, 두 개의 시간’을 출간했다.


▲ 임재영(공원) 지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ChatGPT가 논문을 쓰고, AI가 의사 대신 진단을 내리는 시대에 배터리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되고, 이틀만 안 차면 멈춰서 시간을 다시 맞춰야 하는 기계식 시계가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세계 손목시계의 97%가 전자식인데, 나머지 3%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다.

당신의 스마트워치는 어젯밤 당신이 몇 시간 잤는지 알고 있다. 당신의 심박수를 알고 있다. 당신이 오늘 몇 걸음 걸었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당신은 그 숫자들을 보기 전에 자기 몸이 뭐라고 말하는지 기억하고 있는가.

저자 임재영(필명 공원)은 기억하지 못했다. 한강 공원을 달리고 돌아온 어느 날, 몸은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손목 화면의 페이스 기록이 지난주보다 느렸다. 그는 주저 없이 자기 몸의 감각을 누르고 데이터 편에 섰다.

스마트워치를 벗었는데 진동을 느낀 적 있는가. 이름이 있다. ‘유령 진동 증후군’. 대학생 89%가 경험했다. 수면 점수를 보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62점을 본 뒤에 갑자기 피곤해진 적 있는가. 이것도 ‘오소솜니아’라는 이름이 있다.

이 책은 종이 두 번 울렸던 1883년의 정오에서 시작해, AI가 발병을 예측하는 손목 위의 오늘까지, 그런 이름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시대를 따라간다.

1970년대, 일본 쿼츠 시계가 등장했을 때 스위스 시계 산업은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그런데 부서지고 나자, 남은 것의 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도가 아니었다. 영속성이었다. 위기가 파괴한 것이 아니라 위기가 본질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같은 일이 모든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모르고 집으면 습관이다. 알고 집으면 선택이다.’

이 책은 어느 쪽 편도 들지 않는다. 대신 두 시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시간을 하나 놓는다. 숨. 들이쉬고, 내쉬고, 시계를 찬다. 그 순서만은 바뀐 적이 없다.

백상예술대상 대상 수상 배우 류승룡은 “시계 책인가 싶었는데, 이건 결국 나한테 하는 얘기였다”고 책을 추천했다. 93세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는 “이 책은 처방전을 내리지 않는다. 그 절제가 오히려 독자를 치유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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