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전면 개편 '표준운임제' 도입...지입전문회사는 퇴출

국토부,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확정...운송실적 없으면 처분수준 감차로 강화

정부가 기존의 안전운임제를 전면 개편한 새로운 화물차 운임제인 ‘표준운임제’를 도입한다.

또 운송기능은 수행하지 않고 지입료 등만 수취하는 운송사인 지입전문회사를 퇴출시킨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 6일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했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부]


이번 방안은 지난헤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를 계기로 드러난 기존 안전운임제의 문제점, 지입제 폐단, 열악한 화물차주 여건 등 국내 화물운송산업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화주, 운수사, 차주(화물연대 포함) 등 여러 이해관계자 및 민간전문가와 함께 물류산업 발전협의체를 운영하며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공청회,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이번 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은 ▲화물 운송산업 체질 개선 ▲화물차 안전운임제 근본적 개선 ▲화물차주 처우 개선 ▲화물차 교통안전 실질적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우선 화물차 운송시장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악습인 지입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운송기능은 수행하지 않고 지입료 등만 수취하는 운송사인 지입전문회사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운송회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일감을 받지 못한 차주에게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내주고 물량을 제공하지 않은 운송사에 대해서는 감차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또 예외없이 모든 운송사가 일감을 제공하고 운송실적을 신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화물차주도 실적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 교차검증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운송 실적이 없거나 미미한 운송사에 대한 처분수준도 기존 사업정지에서 감차로 강화한다.



[자료=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부는 지입차량 소유권 보호에도 나서기로 했다. 지금은 지입계약 때 화물차를 운송사 명의로 등록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화물차 실소유자 명의로 등록하토록 개선한다. 이를 위반하면 감차 처분을 내린다.

지입계약이 종료된 후에 명의를 다시 이전받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운송사의 갑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입회사가 번호판 사용료를 화물차 기사에게 돌려주지 않거나 차량 교체 동의 비용으로 700만∼800만원을 요구하는 등 부당 행위를 하면 역시 감차 처분을 받도록 한다.

번호판 사용료 수취와 같은 부당금전 요구행위는 전면 금지된다. 운송사의 부당행위 근절을 위해 불공정 계약사례를 구체화해 계약무효는 물론 감차 등 행정처분도 내린다.

또 화물차주들이 언제든 불공정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관련 신고·조사를 전담하는 공정계약 신고센터도 설치한다.

운송사가 차량 및 운전자를 직접 관리하는 직영차량에 대해서는 차종에 관계없이 신규 증차를 허용하고 직영 비율이 높은 운송사는 물류단지 우선 입주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국토부는 기존의 안전운임제를 명칭부터 내용까지 전면 개편한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새로 도입하는 표준운임제는 운송사가 화물차 기사에게 주는 운임은 강제하되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에는 강제성을 두지 않고 매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다.

기존에 안전운임제의 경우 정해진 운임을 지키지 않은 화주에 대해서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할 수 있었지만 표준운임제에서는 이 조항이 빠졌다.

이는 기존 안전운임제가 화주까지 운임계약을 규율함에 따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유발했던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운송사에 대해서도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시정명령부터 내린 뒤 과태료를 100만원, 200만원으로 점차 올려 부과하는 식으로 처벌을 완화한다.

또 표준운임제를 적용받는 차주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표준운임제는 기존 안전운임제와 동일하게 시멘트·컨테이너 품목에 한해 2025년 연말까지 3년 동안 일몰제로 도입한다. 성과를 분석한 뒤 지속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안전운임제가 운수사와 차주에게 유리하게 산정됐다고 판단, 표준운임을 정하는 운임위원회 구성과 운임 원가 구성 항목도 개편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연대 조합비, 휴대전화 요금, 세차비 등이 원가 구성 항목에 포함돼 논란이 많았던 만큼 항목을 사전에 규정하고 운임위원회에서는 항목별 원가 산정 논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료= 국토교통부 제공]


유가 변동에 취약한 화물차주의 소득 불확실성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운임-유가 연동제’를 포함한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나 장기 운송계약 시 유류비 변동에 따른 운임 조정 사항이 내용에 포함된다.

다단계 거래, 정보 비대칭 등에 따른 화물차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운수사가 화물차주에게 화주 운임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거래 이력을 투명화한다. 

현재 자유업으로 시행 중인 화물정보망(화물중개플랫폼)도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등록제로 개편을 추진, 다단계 불법 재주선이나 과도한 운임 후려치기 등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또 화물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 운행기록장치(DTG) 제출 의무는 25톤 이상 대형 화물차와 대형 트랙터에도 부여한다.

DTG를 통해 화물차 기사가 휴식 시간(매 2시간마다 15분 휴식)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고 준수하지 않으면 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 급가속·급정거 등 위험 운전자에 대해서는 안전운전 컨설팅도 추진한다.

판스프링 등 화물 고정장치 낙하사고에 대한 처벌은 강화한다. 판스프링을 불법 개조하면 사업허가·자격을 취소하고 상해·사망사고가 났다면 형사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국토부 산하 국토관리청이 화물차 불법 개조, 밤샘 주차 등도 단속할 수 있도록 단속범위를 확대하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 각 국토관리청에 기동단속반(청별 10인)을 구성·운영한다.

국토부는 표준운임제 도입, 지입제 폐지 방안 등을 반영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원희룡 장관은 “정부는 집단운송거부와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그동안 뿌리 깊게 유지되었던 화물운송산업의 불합리한 관행 및 악습을 과감하게 철폐하겠다”며 “화물운송산업의 정상화로 우리 국민들은 안정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받고 열심히 일한 화물차주는 공정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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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호 기자 다른기사보기